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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이 진료받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동물병원 카드 결제금액은 2011년 3934억원에서 2016년 7864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나 늘었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주목받는 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16년 44억달러였던 세계 반려동물 의료 시장 규모는 2020년에 62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단순히 덩치만 커지는 게 아니라 더 편해지고 똑똑해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정보통신기술(ICT)을 진료에 도입한 스마트동물병원을 개원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함께 병원에 들어오면 동물에 부착된 칩을 인식해 자동으로 진료 신청이 이뤄지는 것이다.

건국대 동물병원도 지난해 국내 최초로 야간 응급진료센터를 열었다. 내과, 외과, 응급의학과, 영상의학과 소속 전문 수의사 4명이 배치돼 긴급 수술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건국대 동물병원 관계자는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골든 타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사자 5인 이상의 기업형 동물병원이 늘어나면서 대학병원에 가지 않고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최근에 나타난 변화다. 기업형 동물병원은 24시간 운영되는 곳이 많고,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도 단순한 질병 치료에서 종합 건강검진 프로그램, 치아교정 등 다양하다.

기업들도 반려동물 의료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혈액으로 동물의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 기기를 출시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도 반려동물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놨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시장이 커지다 보니 문제점이 그만큼 뚜렷해진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연선(32)씨는 15세 된 미니어처 슈나우저를 키우고 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여든 살은 된 터라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데, 올해는 건강검진 비용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작년에 32만원이었던 건강검진 비용이 올해는 68만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반려견이 다른 개에 물려서 수술한 적이 있는데, 수술비만 300만원 정도가 나왔다”며 “청구서를 확인했는데 소독 비용만 10만원 넘게 나온 걸 보고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반려동물 의료비는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교육중앙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동물병원 진료비의 최고가와 최저가 차이가 초진 시에는 6.7배, 재진 시에는 5.3배나 차이 났다.

소비자교육중앙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경우 가격을 게시하지 않은 경우가 조사 대상 동물병원의 68%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험 유명무실…표준수가제 필요”

의료 서비스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보험 상품도 나왔지만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반려동물보험 계약 건수는 2015년 1826건에서 이듬해 1701건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납입 보험료도 같은 기간 7억31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국내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1%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으로 정부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101만 마리인데 비해 보험에 가입한 반려동물은 1700여 마리에 불과했다. 영국(20%), 미국(10%) 같은 반려동물보험 선진국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인 일본(4%)보다도 가입률이 매우 저조하다. 더욱이 0.1%의 가입률도 전체 반려동물이 아닌 공식적으로 등록된 반려동물만을 대상으로 집계한 수치다. 국내 전체 반려동물은 80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보험 가입률은 더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보험이 제 기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 비용이 병원마다 제각각이면 소비자들의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의료 기기를 비롯한 관련 시장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보험 정착을 위해선 동물 의료수가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 진료비 사용을 담합으로 간주하면서 지금은 동물병원마다 진료비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보험사가 부담할 진료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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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반려동물 진료비에 표준수가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 정재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정 의원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표준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시에 반려동물 양육 가정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8마리 중 7마리는 등록되지 않은 상태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은 신분을 확인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한 마리만 보험을 들고 다른 반려동물들까지도 하나의 보험으로 진료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plus point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된 일본

일본의 반려동물보험은 영국이나 미국 같은 국가에 비해 10년 이상 늦게 출시됐다. 출시는 늦었지만 보험 가입률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보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보험사 덕분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반려동물보험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애니콤 손해보험’이다.

애니콤이 처음 보험 상품을 출시한 건 2006년이다. 출시 시기만 놓고 보면 한국의 보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애니콤은 반려동물 시장에만 집중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애니콤의 직원은 600여 명 정도인데 대부분이 손해사정사다. 이 가운데 100여 명은 수의사 출신이다. 반려동물보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가 부담할 진료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애니콤은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만 다루는 전문가들을 육성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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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콤은 연구·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동물병원용 전자차트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서 동물병원에 제공한 다음, 진료비 통계를 모아서 정확한 보험료율을 산정하는 데 쓰고 있다. 애니콤은 지난해 매출액 285억엔, 영업이익 22억엔을 기록했다.

이외에 호주 보험사인 메디뱅크(Medibank)는 의료비가 1000호주달러(약 80만원)를 초과하는 고비용 항목을 집중 보장하는 상품을 내놨고, 미국 보험사인 올스테이트(Allstate)는 암, 선천성 질환, 알레르기 등 만성질환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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