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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한 애완견의 배설물을 복도에 그대로 방치하여 입주민들이 주거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입주민들이 임의적으로 복도에 독극물을 살포한다고 하오니 애완견을 소유하고 계신 세대는 애완견의 배설물을 철저히 처리하여 애완견이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애완견의 배설물을 잘 처리하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내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 안내문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자 거센 논란이 일었다. 반려동물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반려인들의 ‘무개념’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측과 아무리 그렇다 해도 ‘독극물’과 ‘폐사’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부족한 것이라는 측이 팽팽히 맞섰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과 그렇지 않은 비반려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관련 문화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깊어질 경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수 있고, 이는 반려동물 수 증가세 둔화, 기업의 반려동물 관련 사업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행동 교정 전문가인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는 반려인들이 ‘펫티켓’을 준수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펫티켓이란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예절을 뜻하는 ‘에티켓’의 합성어로, 목줄 채우기·배설물 치우기 등 반려동물을 키울 때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을 말한다.

그러나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전국 15세 이상 남녀 1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변에서 펫티켓을 잘 지키고 있다’는 항목에 대해 31.6%만이 ‘동의한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7명은 ‘펫티켓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반려인이 반려인에게 가장 바라는 점으로는 ‘배설물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전체의 83.3%를 차지했다.

펫티켓을 지키지 않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개 물림’ 사고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개 물림 사고는 총 1408건으로, 6년 전인 2011년(245건)에 비해 약 6배 늘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반려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우리 개는 물지 않아요’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견주에게 순종적인 개들도 환경이 바뀌거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 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전국에서 유기된 동물은 총 9737마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620마리가 유기된 것과 비교하면 2100여마리 늘었다. 통계로 파악된 것은 구조된 동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동물이 유기되고 있는 셈이다. 어렵게 구조되더라도 동물들이 잃어버린 가족 또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동물보호법 제20조에 따르면, 보호소에 보내진 유기동물은 10일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소유가 된다. 동물들이 머물 수 있는 보호소 공간과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로 4월에 구조된 유기동물 중 안락사당한 동물은 5월 14일 기준 1048마리(10.8%)로 집계됐다.

최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너무 쉽게 동물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유기동물 증가의 원인”이라며 “펫숍에 가면 물건 사듯 마음에 드는 견종의 강아지를 골라 살 수 있는데, 이는 동물 유기를 부추기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동물 보호 단체들은 강아지 번식업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번식과 생산·분양을 막고,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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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천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반려동물의 매매를 제한하고 있다. 독일인들은 브리더협회의 검증을 받은 일반 가정이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통해 반려동물을 맞이한다. 입양 절차도 까다롭다. 독일 니더작센주(州)의 경우,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차 필기시험에서는 △개와 법 △개와 인간 △개의 건강 △공공장소에서의 개 등 4개 주제에서 75% 이상 정답을 맞춰야 한다. 2차 실기시험은 입양 후 1년 이내에 합격해야 하는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과 안전하게 대처하면 최종 합격이다. 이러한 조치 덕분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860만 마리(2016년 기준)의 반려견이 살고 있는데, 유기견 입양률은 90%에 달하는 반면 파양률은 2% 이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외 반려동물 선진국의 제도를 바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한국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펫티켓 교육”이라며 “반려동물을 버리고, 물건으로 여기며 학대하는 행위 모두 교육 부재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은 사고파는 것이 아니며, 한 생명을 키울 땐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교육한다면 현재 반려동물 관련 갈등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非반려인도 펫티켓 지켜주세요”

펫티켓이 반려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반려인과 함께 비반려인도 펫티켓을 준수해야 반려동물 관련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비반려인이 지켜야 할 펫티켓 중 첫 번째로는 산책 중인 동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다.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만지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동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반려견 행동 교정 전문가 강형욱 훈련사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강아지에게 인사한다고 말하고 억지로 만지는 것은 ‘추행’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사람의 손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사람을 향해 짖거나 물 수 있다. 타인의 손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이 등장한 이유다. ‘옐로 도그 프로젝트(The Yellow Dog Project)’라는 이 캠페인은, 목줄에 노란 리본을 달거나 노란 스카프를 매고 있는 개는 ‘만지지 말아 달라’는 반려문화 운동이다. 2012년 캐나다에서 처음 시행된 이 캠페인은 현재 전 세계 약 40여 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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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동물을 빤히 바라보며 똑바로 시선을 마주치거나, 동물을 보고 놀라거나 크게 소리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물들은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이 같은 행동을 할 경우,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로부터 도망가듯 뛰어가는 행위나 잠자거나 음식을 먹고 있는 개, 새끼를 돌보고 있는 개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린이를 혼자 개와 두지 않는 것도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장은 “반려동물은 인간 사회에서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반려동물 친화적 ‘펫 프랜들리’ 기업 직원 충성심 높이고 스트레스 줄여줘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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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조직 전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에서 ‘펫 프렌들리(Pet Friendly·반려동물 친화적)’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배려함으로써 직원들의 일할 의욕을 높이고 인재도 확보하려는 것이다.

반려동물 관련 대표적 복지제도로는 ‘동반 출퇴근’이 있다.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본사에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출근하겠다고 등록한 직원이 2000명에 달한다. 회사 리셉션 데스크에는 반려견을 위한 비스킷이 상시 구비돼 있고, 반려견 눈높이의 식수대도 회사 곳곳에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구글, 비디오게임 개발사 징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 등 여러 기업들이 반려동물과의 출퇴근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 위생용품 기업인 유니참은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 1일 유급휴가를 준다. 이는 3촌 관계의 친척이 사망했을 때와 동등한 수준이다. 유니참 직원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는 약 40%에 달한다. 유니참 측은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꽤 있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직원의 감정을 배려하고자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펫 프랜들리 정책은 조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2016년 미국 최대 프랜차이즈형 동물병원인 ‘밴필드 동물병원’이 미국 직장인 1006명과 200명의 기업 내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의 67%와 인사 담당자 81%가 반려동물 친화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경우 조직 전체의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직원의 82%와 인사 담당자 91%는 반려동물에게 친화적인 기업에 더 강한 충성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직원의 86%와 인사 담당자 92%는 직원의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답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 반려동물을 데려오면 집에 반려동물을 혼자 두는 것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이 때문에 정신적 부담이 줄어들어 더 오랜 시간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도 퍼지는 ‘펫 프랜들리’

최근 한국에서도 ‘펫 프랜들리’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독신 직원 중 반려동물을 기르는 직원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기혼 직원에 비해 독신 직원이 받는 복지 혜택이 적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 법인이 독자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이 혜택을 받고 있는 러쉬코리아 브랜드윤리팀의 김슬기 대리는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인지하는 회사의 배려에 감사한다”며 “육아를 하듯 반려동물 양육에 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월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쉬코리아는 반려동물 수당에 대한 직원 반응이 좋다고 판단, 혜택 대상을 사내 전체 반려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건축사무소 아크166은 반려동물 동반 출퇴근을 허용하고 있다. 이승엽 아크166 대표는 “반려동물이 사무실에 있으니 반려동물 주인인 직원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전체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일하다 보면 언성을 높일 일이 가끔 생기는데, 반려동물이 함께한 뒤로 서로 화내는 것을 자제하게 됐고, 귀여운 강아지가 회사 내에 돌아다니니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활기를 띠게 됐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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