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_26.jpg
중국 윈난성의 커피농장에서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141개 도시 3300개 매장 vs 13개 도시 525개 매장’ 두 회사의 중국 내 커피전문점 수 비교다. 전자는 스타벅스, 후자는 루이싱(瑞幸⋅Luckin)커피로 격차가 적지 않다. 47년 전 설립된 스타벅스는 중국 진출 역사가 19년이지만 루이싱은 올 1월 첫 점포를 열었다. 설립 반년 된 신생 기업이 중국 진출 12년 된 영국 코스타커피의 중국 매장 수(400개)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루이싱의 약진은 해외 브랜드가 장악한 중국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토종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 기반의 신유통 추세도 엿보게 한다. 루이싱은 지난 5월 스타벅스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다고 발표할 만큼 노이즈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중국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뎬핑(美團點評)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시장 규모는 2011년 118억위안(약 2조원)에서 2016년 704억위안(약 11조 968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5년이면 1조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에서 최고의 차(茶) 산지로 알려진 윈난(雲南)성이 중국 커피 생산의 95%를 차지할 만큼 커피향이 대륙을 물들이고 있다.

현재 70% 이상이 인스턴트커피로 카페에서 파는 원두 분쇄형 커피 점유율은 10.1%에 그쳐 커피전문점의 발전 공간이 크다는 기대를 낳는다. 전 세계 커피 시장의 87%를 원두커피가 차지하는 상황을 중국도 비슷하게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30년대 상하이 와이탄(外灘)에 처음 카페가 등장한 중국에서 2007년 1만5898개였던 커피전문점은 2016년 중 10만 개를 돌파했다가 그해 말 9만 개 선으로 줄었다.

중국 커피전문점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스타벅스의 독주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점유율은 2014년 36.2%에서 지난해 51%로 뛰어올랐다. 2위인 대만계 상다오커피는 같은 기간 20%에서 12.8%로 내려갔다. 스타벅스는 5월 상하이에서 개최한 글로벌투자교류회를 통해 2022년까지 점포 수를 6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5000개 점포를 두겠다는 종전 계획을 웃도는 목표로 15시간마다 점포를 열어야 달성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254_26_1.gif

스타벅스는 매장 확장 자금 마련과 고객과의 접점 확대를 위해 중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70.8%를 차지한 네슬레에 캡슐커피와 차 등 제품 유통권을 71억5000만달러(약 7조 6800억원)를 받고 넘겼다. 네슬레가 입점한 중국 내 150만여 개 할인점과 편의점 등에서도 고객을 만날 수 있게된 것이다. 중국 인스턴트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 점유율은 3.1%에 그치고 있다. 

작년 12월엔 상하이에 시애틀 본점보다 큰 축구장 절반 면적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열었다. 알리바바 앱으로 로스팅 과정을 확인하고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에서처럼 귀여운 괴물을 잡으면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증강현실(AR) 게임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중국에 합작 형태로 진출한 스타벅스는 2006년부터 지역별 합작 파트너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화둥지역 사업 합작 파트너인 대만 퉁이(統壹)그룹이 갖고 있던 지분 50%를 13억달러에 사들여 중국 사업을 모두 독자로 전환했다. 영국계 코스타커피도 지난해 남부지역 사업의 경우 합작 파트너인 장쑤웨다(江蘇悅達)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외자 커피전문점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준다. 


스타벅스, 상하이에 세계 최대 매장

중국 커피전문점 시장 상위 5위권에 토종이 전무한 현실에서 루이싱의 질주는 주목받는다. 루이싱은 “스타벅스가 건물주와 계약을 하면서 다른 커피 브랜드의 입점을 막는 배타적 조항을 넣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하루 평균 4개 점포를 여는 공격적인 행보에 걸림돌이 된다고 본 것이다.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선저우요우처(神州優車)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첸즈야(錢治亞)가 지난해 창업한 루이싱은 탕웨이(汤唯)와 장전(张震) 등 유명 배우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앱을 내려받거나 친구를 데려오면 한 잔을 주고, 5잔을 구매하면 5잔을 더 준다. 

루이싱 커피 가격은 21~27위안으로 스타벅스에 비해 10위안 정도 저렴하다.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고객을 감안, 앱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O2O(온라인투오프라인)로 승부를 걸었다. 2㎞ 이내 배송하고 35위안 이상은 배송비를 받지 않는다. “중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가 5~6잔으로 한국의 140잔에 비해 보급률이 크게 낮다. 높은 가격과 구매 불편이 걸림돌이다”(자오옌옌 루이싱 홍보총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제일재경은 “루이싱의 마케팅은 단기간에 지명도를 높였지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plus point

만카페와 카페베네의 운명 가른 합작 의존도

254_26_2.jpg
중국 베이징의 만카페 매장 사진 오광진 특파원

중국에서 커피전문점이 급팽창하면서 폐점하는 곳도 적지 않다. 메이퇀뎬핑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커피전문점 폐점률은 평균 14.1%에 이른다. 상하이가 가장 낮고, 청두가 가장 높다. 만카페와 카페베네는 중국에서 엇갈린 운명을 겪은 대표 사례에 속한다. 

만카페는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정성본을 만든 신자상 회장이 2011년 베이징에서 창업했고, 카페베네는 2012년 중국에 진출했다. 카페베네는 중국 진출 3년 만인 2014년 점포가 600여 개로 늘었지만 이후 철수했다. 카페베네는 본사 부채가 급증한 데다 중국 사업 부진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돼 지난 5월 법정관리 인가를 받을 만큼 힘든 처지가 됐다. 반면 만카페 160개 매장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와중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게 신 회장의 전언이다. 메이퇀뎬핑연구원에 따르면 만카페는 중국 커피전문점 가운데 평균 내점 고객 수가 2위에 올랐다. 5년 내 홍콩이나 중국 증시에 만카페를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신 회장은 딜로이트가 기업가치를 12억위안(약 2000억원)으로 평가했다고 귀띔했다. 

두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합작사에 대한 의존도다. 카페베네는 합작 파트너 중치(中企)투자그룹과 불화로 중국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베네는 주요 지역별로 합작 파트너를 잡고 1~2년마다 재평가한다. 신 회장은 “중국에선 ‘관시(關係·인적 네트워크)’를 위해 합작해야 한다고 하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며 “중국 관료들도 브로커 등을 통해 접근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며 진정성 있게 직접 다가가면 합리적으로 대우해준다”고 강조했다. 넓은 공간과 자연 친화적인 유럽풍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 것도 주효했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공원을 찾는 인구가 늘 것으로 보고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변두리와 공원에 출점한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