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센주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독일 에센주의 한 알루미늄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주당 근로시간을 ‘최장 52시간’으로 못 박았다.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1주일 동안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휴일(일반적으로 토·일요일)에 노동한 경우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해 왔다. 이에 따라 주말 이틀을 합해 총 68시간까지 노동자가 일할 수 있었으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16시간이 줄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단축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다. 기존 근로기준법에선 △보관 및 창고업 △소매업 △금융업 △연구·개발업 △음식점 및 주점업 △방송업 등 총 26개 업종은 서면으로 합의할 경우 연장근로 한도(1주일 12시간)가 적용되지 않아 장시간 노동이 만연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은 △육상운송업(노선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으로 줄었다. 즉,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개발(R&D) 인력도 하루에 10시간 남짓 일했으면 퇴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8시에 출근했다면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10시간 일한 뒤 저녁 7시엔 집에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노동 현장의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노동 이슈 관련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불가피한 경우 특별 연장근로를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라며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업종은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 연장근로 인가는 기업이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근로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국내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로 경영 실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 중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업종에 속한 37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112개사 가운데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이 55.4%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주요 대응 계획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74.1%로 가장 많이 꼽혔다. 생산성 향상 방안으로 사무·R&D 부문의 경우 유연근로시간제 실시가 54.2%로 가장 많았다. 유연근로시간제는 업무량이나 일의 성격 등에 따라 업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한 달은 주 60시간,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 44시간 근무하는 등의 방식으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탄력근로제’가 유연근로시간제의 한 예다.

4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철도 노조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4월 3일 프랑스 파리에서 철도 노조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해외 선진국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어떻게 대처해 왔을까. 한국보다 수십 년 앞서 근로시간을 단축한 나라는 ‘1주일 최장 52시간’처럼 근로시간을 고정적으로 유지하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근로시간계좌제도’가 대표적이다. 같은 수의 직원으로 바쁠 때 투입되는 노동력을 늘리고, 한가할 때는 노동력 투입을 줄이면서도 추가 비용은 들어가지 않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미국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근무시간이 아닌 업무 성과에 따라, 즉 생산성에 따라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다.


美 화이트칼라는 야근수당 없어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이 일어났을 당시 하루에 8시간, 1주일에 48시간 일하는 근로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1938년 공정근로기준법이 제정돼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규정했다. 민간 부문의 근로시간은 1938년 44시간, 1939년 42시간, 1940년 40시간으로 2년간 단계적으로 단축됐다. ‘1주일 40시간’ 규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법 제정 이후 80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은 하위권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다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의 세부 평가 기준 중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서 미국은 38개국 중 30위에 머물렀다. 미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789시간(2016년 기준)으로 OECD 평균(1707시간)보다 길다. 미국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34~35시간이지만 비자발적인 시간제 노동(파트타이머) 증가로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연방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전일제(풀타임) 남성 노동자는 하루 평균 8.9시간 일한다.

공정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일하면 시간당 임금의 1.5배 이상을 초과근로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높은 사무직은 예외다. 관리직, 행정직, 지식 전문직, 컴퓨터 관련직, 외근 영업직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일한 시간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업무 방식에 재량을 주고 성과에 따라 생산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연봉을 주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직원의 주당 근로시간은 90~100시간에 달한다.

영국은 1980년대까지 아예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영국의 전일제 노동자들은 유럽 대륙의 노동자보다 연장근무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93년 유럽연합(EU)이 ‘근로시간 편성의 특정 측면에 관한 지침’을 채택하자 영국도 근로시간에 관련된 입법을 해야만 했다. 결국 1998년 노동당 정부는 ‘근로시간 규정’을 채택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1주일 근로시간은 48시간이고, 노동자가 동의할 경우 12시간을 추가로, 즉 주당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한국의 개정된 근로기준법보다 8시간 더 길다.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서 한 직장인이 길에 서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서 한 직장인이 길에 서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전통적으로 개인의 자율에 더 많은 가치를 둬 온 미국·영국에 비해 독일·프랑스는 근로시간이 짧다. 다만 기업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35시간으로 EU 국가 중 가장 짧은 수준이다. 그러나 일이 몰릴 때는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 놨다. 연간 220시간 한도 내에서 1주일에 48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지난 2016년엔 기업에 유리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했다. 올랑드 정부는 기업 단위에서 노사 합의로 1주일 근로시간을 46시간까지 가능하도록 했고, 초과근무를 포함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60시간으로 늘어났다. 초과근무 수당의 할증률은 급여의 최소 25% 이상이었으나, 법 개정으로 ‘최소 10% 이상’으로 낮아졌다.

독일은 ‘1주일’이 아닌 ‘1일 8시간’이라고 근로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주엔 일요일을 제외한 6근로일이 있으므로, 1주간의 법정 근로시간은 48시간이라고 본다. 독일의 근로시간법은 연장근로나 연장근로 시 가산 임금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고, 단체 협약이나 사업장 협정에 맡긴다. 단체 협약에서 규정하는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37시간 정도다.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8시간을 넘기지 않으면 하루 10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하다.

독일엔 ‘근로시간계좌제도’가 있어 노동자가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개인마다 근로시간 계좌에 초과근무를 저축하거나, 미리 당겨 쓰고 나중에 초과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단기로는 월·연 단위로 활용하고, 장기로는 안식년과 유급 조기퇴직 등에 활용한다.

계좌제를 이용하면 장기 휴가도 떠날 수 있다. 경기가 좋을 때 회사가 초과근로를 늘리고, 불황일 땐 공장 가동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IBM은 1980년대부터 유연근무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대안으로 떠오른 ‘유연근무제’를 채택한 기업은 많지 않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직무 성격상 곤란하고 조직문화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기업의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22%이지만 유럽·미국·일본 기업은 절반 이상이다.

구글은 직원이 각자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자유롭게 선택해 일하도록 한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셀프 평가, 동료 평가가 뒷받침돼 완전한 유연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생산성과 업무 효율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IBM은 1980년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한 이후 유연근무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직원들은 IBM에 근무하는 첫 번째 이유를 유연근무제라고 꼽는다.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려면 재택근무에 대응할 수 있는 IT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인사관리 체계도 손봐야 한다. 일본 식품 기업 아지노모토는 관리직·일반직·계약직 등 전 직원 35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1주일에 하루만 의무 출근하도록 했다. 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10억엔을 들여 정보 유출 위험이 낮은 노트북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노트북은 심야 시간대엔 아예 켤 수 없도록 해 야간 자유시간을 보장했다.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가와사키중공업은 ‘시간당 매출’이라는 인사평가 개념을 도입해 장시간 근로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짧아진 업무 시간, 생산적으로 일하는 다섯 가지 팁
어려운 일부터 먼저…멀티보다 ‘모노태스킹’이 중요

송현 기자

포모도로(이탈리아어로 토마토) 테크닉은 토마토 모양 요리용 시계를 활용한 시간관리법이다.
포모도로(이탈리아어로 토마토) 테크닉은 토마토 모양 요리용 시계를 활용한 시간관리법이다.

11시간 중 5시간 32분. 2016년 한국의 직장인들이 일터에서 보낸 시간 중 이들이 생산적으로 활용한 시간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컨설팅 회사 맥킨지와 조사한 내용이다. 당시 맥킨지는 잦은 야근과 비효율·비생산적 회의, 형식적·과도한 보고를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2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대한상의는 지난 5월 맥킨지와 2차 조사에 들어갔는데, 이들의 59.8%가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예외는 있었다. 대한상의가 소개한 A사는 회사 주도로 직원들의 생산성이 개선됐다. A사는 대면 보고를 80% 축소하고 CEO에게 모바일로 간단히 보고하는 등 업무 비효율을 제거했다. 또 퇴근 시간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셧다운 제도도 실시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시간당 생산성을 끌어올릴 방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 개인이 일터에 있는 동안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높은 생산성을 낼 지혜를 다섯 가지 팁으로 정리했다.


팁 1 | 쇠뿔도 단김에 빼라
미국 경제 주간지 ‘포천’은 “가장 힘든 일을 가장 정신이 맑을 때 해치우라”고 조언했다. 종종 자신감 부족으로 어려운 업무를 가장 나중으로 미뤄놓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옳지 않다. 아침형 인간이라면 어려운 일을 출근 후 커피 첫 잔과 함께 시작하는 식이다.

팁 2 | 시간표대로 일하기
글로리아 마크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업무 중 사소한 중단 이후 다시 일에 복귀하는 데 평균 26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시간표를 짜라”고 말한다. 이때 이메일, 문자, 전화, 행정 처리 등에 쓰는 시간은 시간표 외로 따로 관리하는 게 좋다.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문자, 카카오톡 알람 등을 꺼놓는 것도 사소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팁 3 | 모노태스킹
일을 할 때 그 일에만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때는 멀티태스커(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가 유능함의 척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더는 아니다. 얼 밀러 매사추세츠공대 신경학 교수는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고까지 잘라 말한다. ‘포브스’는 “연구 결과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미국 심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은 생산성을 40%까지 떨어뜨렸다.

팁 4 | 정기적으로 휴식 시간 갖기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컨설팅사 언스트앤드영(E&Y)의 조사에 따르면, 다른 직원보다 평균 10시간의 휴가를 더 가진 사람들의 실적이 8% 좋았다. 그럼 어느 정도 일하고 휴식 시간을 가져야할까. 전문가들은 90분간 일하고 15분간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너무 길다면 업무 시간을 60~75분 정도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팁 5 | 자신만의 방법 찾기
단시간에 고효율을 내는 업무 방식으로 유명한 ‘포모도로(pomodoro) 테크닉’이 있다. 2시간 동안 25분간 집중과 5분간 휴식을 반복하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모두에게 이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대니얼 레비틴 교수는 “사람마다 유전, 경험 등에 따라 신경 스타일이 다르다”면서 “시행 착오를 통해 자기만의 독특한 생산성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일수록 컴퓨터로 작업할 때 집중 시간이 눈에 띄게 짧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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