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판매부진에 빠진 사이 수입자동차 업계는 시장 점유율 20%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국내 시장에 판매된 승용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55대) 늘어난 89만7112대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판매량은 75만7003대로 전년보다 2.9% 줄었지만, 수입차 업계는 전년 대비 18.6% 늘어난 14만109대를 팔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3년 안에 수입차 시장 점유율 20% 달성도 충분해 보인다. 올 상반기 수입차 점유율은 15.6%로, 전년 동기(13.1%)보다 2.5%포인트 올랐다. 수입차 업계가 점유율 10%를 넘긴 건 지난 1987년 정부가 수입차 시장을 개방한 후 25년 만인 2013년이었다. 그러나 점유율 10%에서 20%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년의 3분의 1 수준인 8~9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수입차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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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을 판매 대수 기준에서 판매액으로 바꾸면 격차는 더 커진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수입차 판매액은 8조1373억원으로, 전체 내수 판매액 22조원의 37%에 달한다. 같은 기간 벤츠, BMW의 내수 판매액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차량 판매액은 5월까지의 각 업체 모델별 판매 대수에 판매 가격을 곱해 합산했다. 국산차의 6월 모델별 판매 대수가 취합되지 않아 6월 판매 자료는 제외했다. 또 자동차 시장에서의 실제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승용차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만 포함하고 상용차(버스·트럭)는 뺐다.

판매액 순위에선 현대차, 기아차가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1, 2위를 차지했다. 벤츠와 BMW그룹(미니·롤스로이스 포함)이 3, 4위에 올랐고,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5, 6위에 랭크됐다. 특히 쌍용차·르노삼성·한국GM 3사의 판매액 합계(2조5175억원)는 BMW그룹(2조4145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쌍용차·르노삼성·한국GM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요타(렉서스 포함)와 재규어 랜드로버는 판매액 기준 7, 8위를 기록했다. 도요타와 재규어 랜드로버의 5월까지의 누적 판매액은 각각 6075억원, 5741억원으로 한국GM(5558억원)을 넘어섰고, 르노삼성(8725억원)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이에 따른 판매 감소 등을 감안하더라도 중위권 수입차 브랜드조차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액을 능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벤츠·BMW그룹·폴크스바겐그룹 등 독일 3사의 국내 판매액은 5조6538억원으로, 쌍용차·르노삼성차·한국GM 등 국산 하위 3사의 내수 판매액(2조5175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특히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판매 대수에서도 벤츠와 BMW에 밀렸다. 이는 수입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우위를 차지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입차 업체들이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보다 판매 액수가 많은 것은 수입차의 대당 평균가격이 국산차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올 5월까지 판매된 국내 완성차의 대당 평균가격은 2842만원으로 수입차 평균가격(6967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개별 업체의 대당 평균가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국내 완성차의 대당 평균가격은 현대차(3260만원), 쌍용차(2691만원), 르노삼성차(2581만원), 기아차(2516만원), 한국GM(1990만원)순이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그랜저, 싼타페 등 대형 세단·SUV가 판매 호조를 보여 대당 가격이 가장 높았고 경차 ‘스파크’, 전기차 ‘볼트’ 등의 판매 비중이 높은 한국GM의 대당 가격이 가장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의 대당 판매 가격은 수입차 시장 1위인 벤츠(8061만원)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의 특징으로는 벤츠와 BMW의 독주,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시장 복귀, 도요타와 랜드로버의 약진 등이 꼽힌다.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4만1069대(29.3%)를 판매하고 BMW는 3만4568대(24.7%)를 팔아 두 브랜드의 합계 점유율은 54%로 집계됐다.  

배기가스 조작으로 인해 지난 2년여간 판매중단 상태였던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올 4~6월 단 3개월간 1~2개 모델 판매실적만으로 각각 5000대 이상을 팔았다. 향후 추가 모델이 투입되면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도 놀랍게 약진했다. 도요타는 전년 동기 대비 60.8%나 증가한 8350대를 판매했다. 신형 ‘캠리’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결과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강세도 수입차 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랜드로버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42.7% 증가한 6339대를 팔았다. 포드의 익스플로러, 혼다의 준중형 SUV CR-V도 판매가 급증했다.

폴크스바겐의 부활을 이끈 것도 SUV였다. 폴크스바겐의 티구안은 신형 출시 두 달 만에 3000대가 넘게 팔렸다. 볼보 역시 중형 SUV XC60이 1111대가 판매돼 최다 판매 차종에 올랐다. 이 같은 SUV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수입차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는 것은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살림에 여유가 있더라도 수입차 구매를 부담스러워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과시욕과 체면 등 남의 시선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성향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 뽐내고 싶어하는 의식이 수입차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최근 세컨드카로 벤츠의 콤팩트 suv GLA를 구입한 주부 정모(53)씨는 “차급은 낮지만 국산 준대형차를 탈 때보다 남들이 더 부러워하는 눈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큰 폭의 할인에 나선 것도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벤츠와 BMW는 올 초부터 주력 모델 ‘1000만원 할인’ 등 파격적인 구매조건을 내세웠다. 다양한 차종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단, 컨버터블, 쿠페, SUV 등 자신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수입차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점유율이 내년엔 20%를 넘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수입차가 많이 팔리기 때문에 하반기 수입차 점유율은 20%를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수입차 시장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급성장한 만큼 깊어지는 수입차 시장의 그늘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벤츠의 경우, 전체 판매순위에서 한국 시장은 지난해 중국·미국·독일·영국·프랑스의 뒤를 이어 6위에 올랐다. 럭셔리 모델인 S클래스의 판매 순위에선 3위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20%를 넘고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그늘도 깊어지고 있다. 1000만원 이상 할인되는 차량 가격에서부터 적은 AS센터와 비싼 AS 비용, 본사에서 부품을 비싼 값에 들여와 이익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내 판매법인 이익을 줄이거나 고의 적자를 내 법인세를 탈루한다는 의혹, 수입차 자체의 차량할부금융사를 통해 독점적으로 과도하게 돈놀이를 한다는 의혹, 수조원을 벌면서도 턱없이 부족한 사회공헌 등이 지금까지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최근엔 차량의 녹 파문, 배기가스 시험성적 조작에서부터 운행 중인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 ‘본사의 글로벌 방침’이라는 등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보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수입차 업체들도 한국 자동차 시장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파트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매출액이나 영향력에 걸맞은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벤츠 E300, BMW 520d, 렉서스 ES300h 비교 시승
여유 있다면 E300, 운전 재미는 520d, 지갑 보면 ES300h

장시형 부장대우

왼쪽부터 BMW 520d, 렉서스 ES300h, 벤츠 E300. 사진 허영한
왼쪽부터 BMW 520d, 렉서스 ES300h, 벤츠 E300. 사진 허영한

상반기 국내 수입 자동차 시장을 주도한 벤츠 E300, BMW 520d, 렉서스 ES300h 중 뭘 살까. ‘이코노미조선’ 기자 6명이 상반기 수입차 시장을 석권한 차량을 비교 시승하고 부문별로 평점을 매겼다. 평가는 시승한 수입차의 외관 및 실내 디자인, 주행성능, 상품성(가성비·옵션) 등 4개 부문을 각각 비교해 5점 척도 설문으로 진행했다. 자동차 분야를 취재한 적이 없는 기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실제 운전하고 있었고, 앞으로 차를 구매할 경우를 가정해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시승은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7월 19일, 서울 평창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가 결과 벤츠 E300이 4.2점을 받아 가장 타고 싶은 차로 꼽혔다. 그 뒤를 BMW 520d(3.9점), 렉서스 ES300h(3.6점)가 따랐다.

차량별로 보면 벤츠 E300은 외관(4.5점) 및 실내 디자인(4.4점), 주행성능(4.4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자동차 디자인은 개인의 개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데, 벤츠는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모두 좋은 점수를 줬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가속력도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였다. 다만 상품성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아무래도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BMW 520d의 경우 외부 디자인은 4.3점, 실내 디자인은 3.8점, 주행성능 4.1점, 상품성은 3.3점을 각각 받았다. BMW 역시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온몸을 감싸는 시트 덕분에 구매욕을 자극받은 기자도 있었다. 독특한 생김새의 디스플레이키도 인상적인 평가를 받았다. “운전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역시 BMW”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기자도 있었다. 반면 벤츠 E300과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렉서스 ES300h는 외부 디자인은 3점, 실내 디자인은 3.1점, 주행성능은 4점, 상품성은 4.1점을 각각 받았다. 외관, 실내, 주행성능에서 꼴찌를 했지만 상품성 부문에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ES300h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에서 조용한 승차감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지비에 큰 메리트를 느낀 기자들이 많았다. 시승차 중에서는 출시된 지 가장 오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E300과 520d에 비해 실내 디자인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평가에 이해가 됐다. ES300h의 새 모델은 오는 10월 나올 예정이다. 주행성능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한 기자는 기대 이상의 순간 가속력과 압도적인 코너링으로 도심에서 매끄럽고 힘있게 치고나가는 렉서스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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