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국내 출시 예정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ES300h. 구형 모델로도 올해 상반기 수입차 전체 판매 4위를 했기 때문에, 신차로 출시되면 수입차 양대 베스트셀러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렉서스 가성비로 큰 인기를 얻었던 닛산 알티마 신형.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 닛산
올해 10월 국내 출시 예정인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ES300h. 구형 모델로도 올해 상반기 수입차 전체 판매 4위를 했기 때문에, 신차로 출시되면 수입차 양대 베스트셀러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와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 렉서스 가성비로 큰 인기를 얻었던 닛산 알티마 신형.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 닛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던 7월 19일 오후, 서울 이태원과 경리단길 사이에 있는 렉서스 전시장을 찾았다. 매장 문을 열자 양쪽으로 도열한 감색 양복, 파란색 넥타이 차림의 세일즈 컨설턴트(렉서스에서는 영업사원을 이렇게 부른다) 네 명이 미소로 반갑게 맞이했다. 멀리 보이던 젊은 여직원이 이내 다가오더니 “아이스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라고 말을 건넸다. 전시장에는 멋지게 차려입은 남녀 고객 20여 명이 차를 구경하거나 구매 상담 중이었다. 매장 구석에 망고빙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코너가 보였다. 중앙 테이블에 앉아 빙수 한 그릇을 비웠다. 다 먹을 때쯤 되자 멀리 있던 매장 직원이 스르륵 다가오더니 웃으며 물수건을 건넸다.

한여름의 평일 오후, 이 수입차 매장이 사람들로 북적인 것은 사흘 일정으로 열리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ES300h 신형 사전 계약 행사 첫날이기 때문이었다. 전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올해 10월 출시 예정인 신형 ES300h 실제 차량을 공개하고 있었는데, 행사 기간에 50만원을 내고 사전 계약하면 하이브리드 배터리 보증 연장, 차량 보증 기간 1년 연장, 사은품 등을 제공한다고 했다. 매장 깊숙한 쪽, 여러 개의 기둥 너머로 전시돼 있는 신형 ES300h는 구형과 비슷한 5000만원대 후반 가격이지만, 더 커지고 한층 고급스러워진 모습이었다.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오늘만 사전 계약이 80대 이상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행사 기간인 토요일까지 300대 사전 계약은 무난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매장들은 이미 행사를 끝낸 상태. 이 직원은 “(출시를 석 달이나 앞둔) 이번 행사에서만 총 2000대가량이 사전 계약된 것으로 안다”며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디젤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하이브리드카 같은 친환경차를 구매 리스트에 올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은 독일 차가 철옹성을 쌓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를 보면 벤츠 중형세단 E클래스가 2711대, BMW 중형세단 5시리즈가 2418대, 폴크스바겐 준중형 SUV 티구안이 1561대, 아우디 중형세단 A6가 1203대 팔렸다. 벤츠·BMW·폴크스바겐·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4사의 모델이 1~4위를 독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해도 수입차 시장 선두는 단연 일본 차였다. 렉서스가 2005·2006년 수입차 판매 1위였고, 2007년에는 1위와 판매 대수 100여 대 차이로 2위였다.

또 국내 수입차 역사에서 단일 모델이 월 1000대 이상 팔린 것은 2008년 7월이 처음이었는데 혼다 어코드가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어코드는 1103대가 팔려, 올해 6월 전체 수입차 판매 모델 4위인 아우디 A6와 판매 대수가 비슷했다. 그러나 2008년 수입차 판매 규모는 6만여 대로, 25만 대 수준이 예상되는 올해에 비해 4분의 1수준이었다. 그만큼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차 비중이 컸던 셈이다. 당시 일본 차가 국산 차종과 정면 승부가 가능한 수준에 곧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2009년 미국발 경제 위기, 일본 차들의 고가격 유지 정책 등으로 인해 판매가 급감했고, 이후 독일 차들의 거센 공세에 밀리고 말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일본 차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도요타·렉서스·닛산·인피니티 등 일본 차 판매 대수는 2만1285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긴 했지만 점유율은 17.8%에서 15.2%로 후퇴했다. 증가 폭이 전체 수입차 증가 폭(18.6%)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일본 차들이 옛 명성을 점차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렉서스 ES300h 등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도전할 만한 주력 신차가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ES300h는 나온 지 오래된 모델인데도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E클래스, 5시리즈에 이어 수입차 판매 4위였다. 올해 10월 신모델이 나오면 시장 전체에 돌풍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가성비로 큰 인기를 얻었던 닛산 알티마 신형.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 닛산
가성비로 큰 인기를 얻었던 닛산 알티마 신형.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출시 예정이다. 사진 닛산

최근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일본 중형 세단 3총사의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상반기 캠리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늘어난 5155대, 알티마는 10.3% 늘어난 2636대가 팔렸다. 가성비 높은 수입차로 인기를 끌었던 알티마까지 올해 하반기 완전 변경을 앞두고 있어 일본 중형세단 3총사의 하반기 판매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최중혁 재미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디자인, 연비, 동력성능 등 전체 구매 가치 면에서 일본 중형세단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2017년 완전 변경 모델로 선보인 도요타 8세대 캠리는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이 모두 향상됐다. 가솔린 엔진으로는 마의 장벽으로 여겨지는 열효율 40%를 넘겼다는 것으로 업계에 화제가 된 2.5L(리터) 신형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동력 성능도 일신했다. 내장도 구형보다 고급화했고 10개 에어백, 차선유지보조 기능, 앞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일정한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반응형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지난 5월 출시한 신형 어코드는 고성능 스포츠세단이라 불러도 될 만큼 외관과 성능을 일신했다. 올해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캠리를 제치고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을 만큼 미국 시장에서 호평받았다. 특히 2L 터보 모델은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스포츠카급의 강력한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plus point

일본 3사, 하이브리드에 집중

일본 차 브랜드들의 하반기 시장 공략의 구심점은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차는 상반기 신차 공백이 있어 수입차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면서 “하반기부터 올해 주력 모델 시판이 예정된 만큼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서스는 중형세단 ES의 새 모델을 오는 10월에 선보이는데, ES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ES300h 판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혼다는 지난 5월 중형세단 10세대 어코드 가솔린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6월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다. 복합연비가 리터당 18.9㎞로, 국산 경차보다도 좋지만 동력성능은 스포츠세단에 버금갈 만큼 뛰어나다.

도요타는 대형세단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하반기에 내놓는다. 출시 시기는 오는 10월쯤이다. 이 모델이 출시되면 도요타는 소형차 프리우스에서부터 캠리, 아발론까지 국내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최원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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