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요나트(Erik Jonnaert) 하버드대 로스쿨, 로펌 링크레이터스 변호사, P&G 아시아·유럽 담당 부사장
에릭 요나트(Erik Jonnaert) 하버드대 로스쿨, 로펌 링크레이터스 변호사, P&G 아시아·유럽 담당 부사장

“유럽연합(EU)은 단일 시장이지 단일 국가는 아니다. 경제 상황과 문화가 다른 28개 나라가 모여 표준을 정하다 보니 품질과 서비스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에릭 요나트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사무총장은 유럽산 자동차의 높은 인기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ACEA는 유럽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들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1991년 창립됐다. BMW와 다임러, 폴크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르노 등 유럽 업체는 물론 현대차그룹(기아차 포함)과 일본 혼다, 도요타 등 유럽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비(非)유럽 업체들도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 등을 포함한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77.8%로 지난해 동기 대비 3.9%포인트 올랐다. 등록 대수는 10만905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24.8% 증가했다. 미국 차와 일본 차의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7%, 15.2%에 불과했다.

벨기에 출신인 요나트 사무총장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3년 10월부터 ACEA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협회 합류 이전에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아시아와 유럽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요나트 사무총장을 서울 중구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에서 인터뷰했다.


2015년 ‘디젤 게이트’ 파문에도 유럽 차의 아성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디젤 게이트를 계기로 EU 차원에서 배기가스 테스트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실제 주행 상황과 가까운 테스트 환경 구현을 위해 새로운 디젤차 규제인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WLTP)’를 도입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생산된 디젤차에 적용했다. 말 그대로 실제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것이다. 기존 실험실 테스트에 도로 테스트까지 더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테스트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이런 노력이 신뢰 회복에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래도 테스트와 실제 주행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운전 습관과 날씨 등 배기가스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 업체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한국산 차와 수입차 간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규제를 하더라도 좀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집행되길 바란다. 2011년 체결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도 승용차 외에 트럭 등 상용차가 관세 폐지 대상에 포함되도록 수정·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게 하면 결국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한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유럽 완성차 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ACEA가 생각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연료전지(Fuel Cell)와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엔진 관련 기술 혁신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배기가스 관련 규제 강화로 업체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연결성(connectivity)’도 중요한 영역이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접목 등으로 차량 간 ‘대화’가 가능해지면 교통체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확산은 자동차를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을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이다.”

공유 서비스의 확산이 자동차 판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유럽의 경우 차량 교체 주기는 평균 11년 정도다. 그런데 공유 차량의 경우 보통 2년 단위로 모델 교체가 이뤄진다. 차량 공유 기업들은 언제나 최신 기술과 사양이 적용된 모델을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공유 서비스 확산에 따른 개인 판매 감소분을 차량 공유 기업의 대량 재구매가 상쇄해주기 때문에 전체 판매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연결성 증대에 따른 사이버 보안 문제 해결책은.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를 위해 이 분야에서 최고 대응 능력을 갖춘 국제형사기구(인터폴)와 협력 중이다. 비교적 새로운 영역인 만큼 어떤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 전송과 프라이버시 등 다양한 분야의 관련 기준을 마련 중이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위한 정부 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확대하려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갈 수는 없다. 네덜란드는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시 엄청난 세제 혜택을 줬다. 한동안 판매가 늘었지만 세수 감소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자 시장이 무너졌다. 궁극적으로 보조금 지급이나 세금 감면보다 중요한 건 인프라 확충이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그것뿐이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노르웨이의 사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에 대해 차값의 25%인 부가가치세와 신차 등록세를 면제해 주고 있는 데다 구입 후에도 고속도로 무료 이용 등 우대조치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 오슬로의 인구는 63만명 정도지만, 1300개가 넘는 전기차용 무료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차량 중 3분의 1가량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유럽에서 한국 자동차 업체의 위상은 어떤가.
“현대차와 기아차는 짧은 시간에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하지만 유럽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가격 대비 괜찮은 중소형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영역의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 자동차 업체의 부상이 유럽 완성차 업체에 도전이 될까.
“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세계 1위다. 중국 업체들도 국제 표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경쟁은 혁신을 가속한다. 유럽 업체들은 더 창의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P&G 출신인데 자동차 업계에 적응하기 힘들지 않았나.
“자동차도 소비재다. 샴푸나 비누 등에 비해 훨씬 비싼 소비재이긴 하다. 사고가 나면 인명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마인드는 어떤 소비재 기업보다 강하다. P&G에서는 ‘고객이 보스(boss)’라고 했다. 자동차 업체 직원들도 이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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