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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조원 글로벌 커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의 고급 커피 시장과 급성장하는 신흥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업계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커피 업계는 세계 커피 시장의 전체 매출 규모를 2조3000억달러(약 2456조원)로 추정한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0개국을 아우르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다. 매년 소비되는 커피는 6000억 잔에 이른다.

변화의 중심에는 매출 규모 98조원의 세계 최대 식품 그룹 네슬레가 있다. 네슬레는 5월 7일(현지시각) 스타벅스의 커피 제품 판매권을 71억5000만달러(7조6400억원)에 사들였다. 스타벅스 직원 500명도 함께 영입했다. 이와 함께 판매액에 대한 일정 로열티도 스타벅스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울프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커피 시장에서 상징적인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네스카페, 네스프레소를 하나로 모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계약은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낮은 패키지 제품 판매를 늘리려는 스타벅스와 스타벅스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네슬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네슬레의 커피 사업 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5분의 1에 달한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원두 판매를 포함한 스타벅스의 패키지 제품 판매 사업은 전체 매출의 8%에 불과하다. 스타벅스는 네슬레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으로 네슬레는 자사 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 커피머신용 스타벅스 캡슐 커피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네슬레를 통해 수퍼마켓과 식당 등에 자사 커피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스타벅스로서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미국 콜드브루 판매 2년 새 460% 늘어 

네슬레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커피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의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Blue Bottle) 지분 68%를 4억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두 달 뒤에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유기농 커피 업체 카멜레온 콜드브루도 인수했다. 카멜레온 콜드브루는 블루보틀과 마찬가지로 커피 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커피 브랜드다. 대중성보다는 전문성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와는 노선이 전혀 다르다.

네슬레가 블루보틀과 카멜레온 콜드브루를 사들인 것은 세계 최대 커피 시장인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다. 

스페셜티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커피를 평가해 100점 중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고품질 커피를 통칭한다. 대동소이한 커피전문점 커피 맛에 싫증을 느낀 북미의 커피 애호가들이 몰리면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어느새 미국 커피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경쟁자인 JAB홀딩스가 커피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해온 것도 네슬레의 신경을 건드렸다. 독일 최대 부호 레이만(Reimanns) 가문의 투자사인 JAB홀딩스는 2012년 피츠커피앤드티와 카리부커피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큐리그 그린 마운틴과 에스프레소 하우스, 2016년 크리스피크림도넛, 지난해 파레나브레드와 닥터페퍼 스내플에 이르기까지 커피 왕국 건설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해 왔다. 

지난 1월에는 큐리그 그린 마운틴과 닥터페퍼 스내플을 합쳐 매출 110억달러의 큐리그 닥터 페퍼를 탄생시켰다. 미국 3대 음료 회사 중 하나인 닥터페퍼 스내플 인수는 콜드브루 커피 부문의 시너지를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콜드브루는 차가운 물로 내린 원액을 얼음·물·우유 등으로 희석해 마시는 커피다. 미국 내 콜드브루 커피 판매는 2015~2017년 사이 무려 460% 급증했다.

세계 2위 커피전문점 업체인 영국 코스타 커피는 얼마 전 모기업 위트브레드의 분사 결정을 계기로 본격적인 스타벅스 추격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압력에 백기를 든 것이지만 ‘프리미어 인’ 브랜드로 대표되는 위트브레드의 호텔 사업과 시너지가 적어 1위 스타벅스와의 엄청난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블루보틀로 대표되는 고급 커피 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RTD(Ready to drink) 커피 시장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RTD 커피란 흔히 ‘편의점 커피’ 혹은 ‘캔(병)커피’ 하면 연상되는 음료로, 이미 만들어진 형태로 밀폐 용기에 담아 즉시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뜻한다.

시장조사기관 IRI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2016년 9월~2017년 9월, 1년 사이 미국의 RTD 커피 판매가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는 지난해부터 던킨도너츠와 맥도널드에 보틀 아이스커피를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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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커피 시장의 또 다른 중심축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다.

아직까지 세계 커피 시장의 양대 산맥은 유럽과 북미다. 유엔(UN·국제연합) 산하 국제커피기구(ICO)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유럽연합(EU)은 4224만8000포대(1포대는 60kg), 미국은 2578만 포대의 원두를 수입했다. 수입량 3위 일본부터 10위 우크라이나까지 모두 합쳐야 미국과 비슷한 정도다.

1인당 소비량에서는 유럽이 압도적이다. 룩셈부르크가 하루 27잔으로 단연 1위이고 핀란드(12잔)와 노르웨이·오스트리아·덴마크(9잔), 스위스(8잔), 스웨덴·독일·벨기에(7잔)순이다.

하지만 성장률에서는 중국의 비교 상대가 없다. 2013~2017년 5년 동안 중국의 커피 소비량은 27%가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 일본과 한국은 각각 1.7%와 4.2% 증가에 그쳤다. 중국은 커피 소비량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그런데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5잔으로 유럽 미국 등 서구 국가는 물론 우리나라(377잔)와 일본(360잔)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중국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스타벅스는 지난해 51%의 점유율로  2위 그룹에 멀찌감치 앞서 있다. 현재 스타벅스는 중국 141개 도시에 진출, 3300여 곳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창업한 루이싱커피(瑞幸⋅Luckin)를 비롯한 중국 토종 업체의 추격이 매섭다. 루이싱커피는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거나 친구를 데려오면 한 잔을 주고, 5잔을 구매하면 5잔을 더 주는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창업  4개월 만에 점포 수를 525곳으로 늘렸다. 


국내 원두커피 시장 10년 만에 7배 성장

‘또 다른 13억 시장’ 인도에서는 인스턴트커피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네슬레 인디아와 힌두스탄 유니레버가 대표주자다. 인도의 인스턴트커피 시장은 이들 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2016년에만 10.3% 성장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수도 증가 추세다.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인도 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카페 커피 데이(Cafe Coffee Day)’는 2016년 기준 약 1600개 지점을 인도 전역에 운영 중이다.

치열한 시장 경쟁은 새로운 커피음료 개발과 기술 접목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콜드브루에서 진일보한 ‘니트로 콜드브루’가 세계적인 인기다. 질소를 주입해 부드러운 거품을 함께 즐길 수 있지만, 카페인 함량이 높은 편이다. 질소가 흡수를 돕기 때문에 각성 효과가 강하다.

커피 체리의 껍질을 말려 물에 우려낸 음료인 ‘카스카라(커피차)’도 신개념 커피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커피와는 다르지만 커피나무의 재료를 활용하는 만큼 넓은 범위에서 커피음료로 분류된다. 카페인도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방탄커피’와 강황을 넣어 만든 ‘골든라테’, 혈당 조절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가버섯 혼합 커피 등이 새로운 커피 트렌드를 이끌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커피에 버터를 섞어 만드는 방탄커피는 마시면 ‘총알도 튕겨낼 정도로’ 활력이 넘치게 된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인 데이브 애스프리가 티베트 여행 도중 현지인들이 차에 버터를 넣어서 먹는 것을 보고 처음 만들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11조7397억5000만원으로 3조원대 중반이던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커피 소비량을 잔으로 따지면 약 265억 잔에 달해 1인 평균 512잔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2007년 90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원두커피 시장도 7조8528억원으로 10년 만에 7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와 함께 가정에서 나만의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의 ‘2017 커피전문점 이용 및 홈카페 관련 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커피머신을 이용하는 비율은 47.2%로 2014년의 35%보다 12.2%포인트 증가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현경 ‘전광수 커피아카데미’ 교육실장
“집에서 더 맛있는 커피 즐기려다 커피 세계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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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교육실장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이경호

박지영 인턴기자(연세대 국제학과 4년)

집이 카페 못지않게 커피를 즐기는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두 잔의 커피를 마신다. 2016 대한민국 커피백서에 따르면, 커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 카페에서 사서 마신다고 답한 사람이 47%, 집에서 내려 마신다는 사람이 46%였다. 카페에서 마시는 것만큼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커피를 마시려면 당연히 커피 전문 카페로 향했던 예전과 다르게 직접 집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를 내려마시는 ‘홈카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현경(50) 전광수 커피아카데미 교육 실장에게 취미로 커피를 배우는 사람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2004년 커피에 입문해 올해로 13년 경력의 전문 커피 로스터(커피 볶는 사람)다. 김 교육실장이 커피에 입문했을 당시만 해도 취미로 커피교육을 해주는 곳은 없다시피 했다.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이라는 것이 2006년 만들어져서 그런 흐름에 따라 (커피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취미반이 있더라도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카페 창업을 위해 커피를 배우는 강좌가 많았지만, 지금은 취미로 배우려는 분들이 확실히 많아졌다”고 했다.

수강생이 많이 늘고 있냐는 질문에는 “이제는 취미로 배울 수 있는 커피 강좌가 워낙 많아졌다”며 “전체 수강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커피 아카데미는 한달에 한번 개강하면 한번에 4~5명 정도 오는 수준”이라고 했다. 김 교육실장은 “전광수 커피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구청이나 요리학원, 개인카페, 문화 센터에서 여는 강좌가 아주 많아졌다”면서 “그만큼 취미로 커피를 배우려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의 특징에 대해서는 “외부 특강 요청이 많아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작년에만 열 차례 이상 외부 특강을 했다. 특강을 요청하는 쪽은 커피를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커피에 대해 관심이 있고 취미로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광수 커피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취미반은 이른바 ‘맛보기 수업’이다. 총 4강에 로스팅, 핸드드립, 베리에이션 음료(커피에 우유 등 첨가물이 들어간 음료) 만들기가 포함돼 있다. 김 교육실장은 “커피 전문점에서 다루는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스팀 기능이 없어도 적절한 도구만 사용할 수 있다면 집에서도 다양한 커피 음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커피·차를 추출하는 도구인 프렌치프레스를 거품을 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잘만 하면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더 질이 좋은 카푸치노, 거의 바리스타 대회에 나올 법한 질 좋은 거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미반을 수강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김 교육실장은 “직장인이 많다. 직장 다니면서 너무 똑같은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변화를 주고 싶은 이들이 찾는다”고 했다. 커피에 대해 아예 모르는 상황에서 문화생활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찾는 이도 있고,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더 맛있게 마시고 싶어 찾는 이도 있다. 취미로 배우러 왔다가 재미를 느껴 계속 커피의 세계에 빠지게 되는 이도 꽤 있다. 그는 “취미반을 마치고 나면 더 깊이 있는 수업을 듣고 싶어하거나 커피 만들기 위한 도구를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집에서 더 맛있는 커피를 즐기게 되고 그 이후 더 재미를 느껴 전문가반을 수강하는 사람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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