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EV의 충전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차 아이오닉EV의 충전 모습. 사진 현대차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국산차가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상반기에만 지난해 판매량과 맞먹는 1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판매는 2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 전문연구기관은 빠른 시일 내에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내연기관차 점유율은 97%였으나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 수요의 4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오는 2023년이면 10대 중 1대꼴로 전기차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의 아이오닉EV, 한국GM의 볼트EV 등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오닉EV는 올 상반기 가장 많은 4488대가 판매됐고, 볼트EV는 3122대가 팔리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수입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다. BMW가 순수 전기차 i3의 개선형 모델을 내놓은 것을 제외하면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수입 브랜드는 전무하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테슬라는 아직 한국수입차협회 회원사에 등록되지 않아 차량 판매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와 볼트EV는 각각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의 판매 통계에 잡힌다.

향후 수입 전기차의 국내 출시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일정이 확정된 것은 오는 9월 선보이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I-페이스(PACE)가 유일하다. 다만 닛산이 2세대 리프를 내년 초 이전에, 폴크스바겐은 2020년 이후 e-트론 SUV 전기차를 내놓는다고 밝힌 상태다.

수입차들은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거쳐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도요타(렉서스)가 주름잡은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는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들이 출시되면서 저변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혼다가 내놓은 중형세단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버전은 수입 하이브리드 자동차 베스트셀링 모델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다.

독일 차 대표주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 하반기 한국 시장에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모델인 GLC 350e를 투입할 예정이다. 포르쉐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파나메라 4E-하이브리드의 국내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이 밖에도 르노닛산, BMW 등도 하이브리드 시장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지자체의 지원금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으로 인해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내 자동차 시장도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으로 국내 업체와 수입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분야로 수소전기차도 꼽힌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자체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 주행하는 친환경차다. 2020년, 출시 모델이 증가하며 수소전기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을 보유한 곳은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 세 곳이다.

그동안 디젤을 고집했던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최근 수소전기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선도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BMW는 글로벌 1위 수소전기차인 미라이를 생산하는 도요타와 손잡고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GM은 혼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현대차도 최근 아우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모두 상호 보완해가며 기존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어느 쪽에서 먼저 기술과 비용의 한계를 넘어서느냐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허용한 상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차 콘셉트카인 ‘F015 럭셔리 인 모션’을 통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과 실현 방안을 구축, 커넥티드 카 서비스도 확대 적용키로 했다. 또 자율주행차 실현 방안인 ‘케이스(CASE)’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케이스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네트워크 센서 등을 통해 주행할 수 있는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 및 서비스(Shared & Service), 전기 구동화(Electric) 등을 의미한다.

문제는 국내 업계의 자율주행차 기술력이 선진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꽉 막힌 규제와 연구·개발 투자 부족으로 인해 우리 자율주행기술 개발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며 “잘못하다간 외국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우리가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포드, 픽업트럭 ‘레인저’ 내년 도입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이 가장 미약한 픽업트럭은 수입차 업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경우, 쌍용차가 거의 독주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상반기에만 1만5000여 대가 팔렸다. 최근 1년간 병행수입으로 국내에 들어온 픽업트럭은 460대가량이다.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만만치 않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실용적이고 차별화된 차량에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법규상 화물차로 분류돼 취득·등록세율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픽업트럭 라인업을 갖춘 수입차 브랜드로선 구미가 당기는 시장일 수밖에 없다.

포드의 픽업드럭 ‘레인저’. 사진 블룸버그
포드의 픽업드럭 ‘레인저’. 사진 블룸버그

이러한 성장세에 주목한 수입차 업체들이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차 브랜드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내년 중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콜로라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1만2996대가 팔리며 중형 픽업트럭 시장에서 2위를 기록한 인기 모델이다. 2011년 이후 7년 만에 부활한 포드 레인저는 콜로라도의 경쟁 차종으로 북미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또 FCA코리아는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2020년 지프 랭글러 기반의 픽업트럭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픽업트럭은 쌍용차(렉스턴 스포츠)를 제외하곤 선택지가 없었다”며 “미국산 픽업트럭이 들어와 시장이 커지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픽업트럭 개발에 나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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