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도로 위. 정지 신호를 받은 도요타, 닛산, 스바루, 스즈키의 차량이 정지선에 서 있다. 수입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손덕호 기자
7월 18일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의 도로 위. 정지 신호를 받은 도요타, 닛산, 스바루, 스즈키의 차량이 정지선에 서 있다. 수입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손덕호 기자

에르메스, 카르티에, 디오르, 버버리, 보스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心斎橋).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의 도심인 난바(難波)에 가까운 이곳엔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로(미도스지·御堂筋)변에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고급 수입차 업체의 매장도 이곳에 있다. 마치 서울 청담동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그러나 신사이바시의 도로 위 분위기는 수입 명품 브랜드 매장의 화려한 느낌과 사뭇 달랐다. 18일 오후 방문한 미도스지 위를 달리는 차량은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대형 자동차 업체의 차량뿐만 아니라, 스바루·스즈키·마쓰다 등 다양한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었다. 벤츠·BMW·포드·테슬라 등 수입차도 도로 위를 달리기는 했지만, 5분쯤 기다려야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숫자가 적었다. 오후 5시쯤 방문한 오사카 혼마치(本町)의 벤츠 매장에도 승용차 구매 상담을 하는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BMW의 320d가 ‘강남 아반떼’, 520d는 ‘강남 쏘나타’라고 불릴 정도로 서울에선 어디를 가나 흔하게 수입차를 볼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의 자동차 시장은 전혀 다른 상황인 셈이다.

수치상으로는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신차 판매량 10대 중 1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 수입차 판매 대수는 30만3920대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등록된 전체 신차 중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한 9.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닛산과 스바루가) 차량 출고 전 완성 검사를 무자격자들이 하다가 적발된 영향으로 수입차의 점유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했다.

오사카 혼마치의 벤츠 매장. 사진 손덕호 기자
오사카 혼마치의 벤츠 매장. 사진 손덕호 기자

수입차 중에선 독일 업체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벤츠의 판매 대수는 6만8000여대로 사상 최대였다. BMW도 판매 대수가 역대 최고였고, 디젤게이트를 겪은 폴크스바겐도 4년 만에 판매 대수가 늘었다. 나카니시자동차산업리서치의 나카니시 다카키(中西孝樹) 애널리스트는 “수입차는 판매 거점이 확대됐고, 가격도 낮아져 앞으로 점유율이 증가할 여지가 크다”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은 일본의 자동차 시장 전체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수입차가 일본에서 과거보다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맞지만, 실제 점유율은 9%보다 낮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일본에선 총 339만대의 승용차와 184만대의 경자동차(경차)가 판매됐다. 일본에선 경차가 연비가 좋고 디자인이 귀여우며 저렴한 데다, 폭이 좁은 골목길을 이동하고 작은 공간에 주차하기 쉬워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는 경차가 없다.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9%쯤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차지한 점유율은 5.8%에 그친다.

일본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비관세 장벽이 높아 수입차 업체가 자동차를 판매하기에 불리한 시장이라는 비판이 있다. 경제력이 강한 일본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5.8%’로 저조한 것이 반드시 소비자가 일본산 자동차를 더 선호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日, “미국차 안팔리는건 브랜드력 낮기 때문”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지난 2월 발표한 ‘대통령 경제 보고서’에서 일본의 자동차 시장에 대해 “미국은 일본의 자동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라면서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미국 자동차 업체의 일본 시장 진입을 막고 있으며, 미국산 자동차와 부품의 판매는 계속 낮은 수준이다”라고 했다. 지적된 비관세 장벽의 구체적인 사례는 일본의 독자적인 안전기준, 업체마다 다른 판매망 등이다. 보고서는 “이런 장벽이 오랜 기간에 걸쳐 미국의 제조업을 일본 시장에서 쫓아내고,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라고 했다.

반면 미국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판매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월 일본의 자동차 시장에 대해 “불공정하다”라고 비판했고,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선 자동차 시장에 대해 미국 정부가 비판하고 개방 압력을 넣는 것에 대해 현실을 잘 모르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측은 비관세 장벽은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미국 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것은 독일차와 비교해 브랜드 경쟁력이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수입차는 20년 만에 판매량이 30만대를 돌파할 정도로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산 자동차의 인기가 높다. 반면 지난해 일본에서 미국 브랜드인 GM의 대중차는 809대,  캐딜락은 580대, 크라이슬러는 213대 판매됐다. 이 신문은 “길이나 주차장이 좁아 대형차 구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고, 미국차는 연비가 낮다는 이미지가 있어 판매량이 적다”며 “유럽 브랜드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소형차 등 미국산과 다르게 일본 시장에 잘 맞는 차종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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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동차(軽自動車)
길이 3.4m, 폭 1.48m, 높이 2m, 배기량 660㏄, 정원 4명, 화물 적재량 350㎏ 이하인 자동차. 배기량 기준이 1000㏄ 미만인 한국 경차에 비해 크기가 더 작다. 한국의 경차는 일본에선 소형차로 분류된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박스형 경자동차가 일반적이다. 일본의 경자동차 중에는 SUV와 컨버터블, 캠핑카도 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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