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린드젠(Richard Lindzen) 하버드대 응용수학 박사, 하버드대 기상역학 교수, 파리 기상역학연구소 방문교수
리처드 린드젠(Richard Lindzen)
하버드대 응용수학 박사, 하버드대 기상역학 교수, 파리 기상역학연구소 방문교수

“서해에 해양기상관측선을 한두 대 도입해 운영하면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기상역학 전문가인 리처드 린드젠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조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해양기상관측선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 한 척(2011년 취항한 ‘기상1호’)뿐이고 그나마도 작은 규모 탓에 운항에 제한이 있어 1년에 절반 이상 관측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기상1호의 규모는 498t으로 한강유람선 규모(430t)에 불과해 운항에 제한이 많다. 이에 반해 일본은 1380t, 1483t 두 척의 해양기상관측선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폭염의 원인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다는 주장에 대해 린드젠 교수는 “기후와 날씨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폭염과 혹한 등 극단적인 날씨는 현재의 대기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후변화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이다. 린드젠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세계적인 폭염의 원인은 뭔가.
“따뜻한 기류와 차가운 기류의 상호작용으로 ‘날씨(weather)’가 만들어진다. 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지고기압에 막혀 한자리에 오래 머물 때도 있다. 흔히 ‘블로킹(block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이번 여름에 지구촌 곳곳에 폭염이 지속된 원인 중 하나지만 새로울 것은 없다.”

새로울 것이 없다?
“세계가 동시에 폭염으로 몸살을 앓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다가도 다음 여름 날씨는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날씨는 기독교 성경이나 북유럽의 영웅전설 같은 오래된 문헌에도 기록돼 있다. (날씨를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볼 수도 있지 않나.
“날씨와 기후(climate)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0년 동안 평균기온 변화(기후변화)와 현재의 날씨 사이에는 큰 연관 관계가 없다. 기후변화가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돼버렸고, 사람들은 먼 미래의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날씨 변화를 기후 변화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폭염 등 극단적인 날씨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이번 여름 한반도 주변 날씨 변화에 주목할 만한 점은 없었나.
“지구상의 대부분 지역에는 날씨에 영향을 주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한반도의 경우 서해와 남중국해, 동해의 상호작용이 고유 날씨와 기후를 만들어낸다. 중국의 산업화가 한반도 날씨 변화에 영향이 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날씨보다는 대기오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인 것 같다.”

폭염 등 극심한 날씨 변화가 농업과 수산업에 영향을 주진 않을까.
“인류 역사를 통해 보면 농부들의 날씨에 대한 적응력은 상당했다. 수산업의 경우 날씨보다는 남획이 훨씬 심각한 문제다. 날씨 변화에 적응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유해지는 것이다. 부유한 사회가 가난한 사회보다 날씨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발생이 늘면 농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CO2가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적은 물로도 자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CO2가 작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2016년까지 CO2 증가가 곡물의 영양소 변화에 미친 영향을 바탕으로 대기 중 CO2 증가가 단백질과 철, 아연 등 곡물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분 함유량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술 발전으로 날씨 예측은 얼마나 정확해졌나.
“수치 예보를 통한 날씨 예측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정밀해졌다. 2~3일 뒤 날씨 변화는 상당히 정확하게 예보할 수 있다. 특히 영국 레딩에 있는 유럽중기일기예보센터(ECMRWF)는 정확한 예측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6~7일 앞의 날씨를 내다보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 정도 간격에서는 작은 변수나 관찰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케인이나 태풍과 같은 큰 변화는 이보다 앞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2013년 미국을 강타한 한파는 1~2주 앞서 예측했다. 엘니뇨(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 같은 기상변화는 3~4달 전에도 예상할 수 있다.”

수치 예보는 온도·습도·기압 등 현재 대기의 관측값을 넣어 컴퓨터 프로그램 모델로 계산해 미래 기상 현상을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1960년대 처음 등장한 주간 예보는 1979년 ECMRWF에서 수치 예보를 이용한 중기 예보를 시작한 뒤 정확도가 향상되기 시작했다.

비교적 정확하게 주간 예보를 할 수 있는 기간이 10년에 하루꼴로 늘었다. 가령, 10년 전에는 5일 뒤 날씨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했다면 오늘날에는 비슷한 정확도로 6일 뒤 날씨를 예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성 데이터 활용이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 되지 않나.
“인공위성을 통해 얻은 기상 데이터는 기상 관측 시설이 열악한 국가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직적(지상에서 대기권까지) 분석에 강점이 있는 데 반해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수평적인 분석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과 해양기상관측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의 정확도가 높은데, 요즘은 사용 빈도가 점점 줄고 있다.”

‘사운딩’은 본래 항해 용어다. 물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밧줄을 던지는 행위를 뜻한다. 사운딩 로켓은 말 그대로 ‘측정하기 위해 하늘로 던진 로켓’이라는 뜻이다. 사운딩 로켓의 비행시간은 짧게는 수십 초에서 길어도 수십 분 정도다. 비행시간 중 로켓의 비행 데이터는 모두 지상으로 전송되고, 로켓 내부의 데이터 저장 장치에 저장된다. 고성능 사운딩 로켓은 고도 40∼100㎞ 상공을 관측하는 데 유용하다. 풍향, 기압, 온도, 태양 활동에 따른 방사선량, 전자나 이온의 밀도, 지구 자기장의 요동 등을 측정할 수 있다.

한국이 기상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해에 해양기상관측선을 한두 척 도입해 운영하고 ECMRWF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