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웅 CJ ENM Mnet 본부장
김기웅
CJ ENM Mnet 본부장

“국민 프로듀서님!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프로듀스48 MC 이승기)

‘프로듀스’ 시리즈는 세 번째 시즌에서도 시청자에게 ‘국민 프로듀서’ 역할을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사회자 이승기씨는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시청자는 이씨의 부름에 답해 100명 가까이 되는 참가자 중 마음에 드는 연습생을 찾는 재미에 빠진다.

CJ ENM의 음악방송 채널 ‘엠넷’ 제작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핵심적인 권한인 ‘우승자(프로듀스 시리즈에서는 데뷔조)선출권’을 시청자에게 넘기는 대신 시청자 몰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시청자는 참가자를 괴롭히는 엠넷 제작진을 욕하면서도, 어느새 이들이 만든 ‘아이돌 데뷔’의 세계관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번 프로듀스48(포티에이트)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전 세계로 나아갈 글로벌 아이돌 그룹을 선발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엠넷 제작진은 일본 최고의 걸그룹 AKB48를 프로듀스48의 경쟁 시스템에 투입했다. 참가자 96명 중 12명만이 혹독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과 일본의 만남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코노미조선’은 프로듀스48가 종영한 지 사흘이 지난 9월 3일,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던 엠넷 제작진을 총괄하는 김기웅 CJ ENM Mnet 본부장을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만났다.


방송이 끝났다. 소감은.
“프로듀스101 시즌 1이 끝난 지난 2016년 가을부터 약 3년간 담당자들끼리 만나서 준비했다. AKS(AKB48의 기획사)는 여자 연예인에 특화된 회사다 보니 그쪽에서 프로듀스101 시즌1을 보고 어떤 식으로든 엠넷과 같이 일해 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당시만 해도 이 협업이 프로듀스 시리즈와 연결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그쪽으로 뜻을 모으게 됐다.”

그럼 그쪽은 한국 진출을 원했던 건가.
“그보다 연예기획사 간의 협력으로 ‘탈(脫)아시아’를 해보자는 의도 같았다. 연예기획사로서 서로의 원천 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는 취지로 보였다. 오디션 프로를 기본으로 하되, 콘텐츠 저작권(IP) 확보, 가수 데뷔까지 전체 과정을 생각했다.”

지금이 한류의 해외 진출 적기인가.
“엠넷이 어떻게든 ‘지금’ 다양한 시도를 하지 않으면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엠넷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타를 만드는 시스템을 10년간 시도해왔다.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경험도 있다. 한국 아이돌 시장은 수요가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든 미국이든 해외로 나가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가 해외에 나갈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럼 이번 프로듀스48는 왜 일본 아이돌과 함께했나.
“일본은 아시아에서 제일 크고 안정된 음악 시장이다. 한국 아티스트가 일본에서 큰돈을 벌어오는데, 그래 봤자 일본 음악 시장의 10분의 1 정도다. 나머지 90%는 일본 내 아이돌 등 다양한 ‘주류’가 차지한다. 방송을 기반으로 스타를 만들어 이 주류 시장에 진출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에 더해 다른 나라 연예기획사가 참여하면 프로듀스 시리즈도 한 단계 진화할 것이라고 봤다.”

동남아나 미국 시장에서도 관심을 보였나.
“사실 동북아든 동남아든, 북미든 남미든, 유럽이든 시장은 지구에 한정돼 있지 않나. 그 안에서는 언제든지 같이 일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그룹도 마찬가지다. 이 그룹이 아시아를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소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 두 국가뿐 아니라 동남아와 중국에서도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이 같이했다는 것에 대해 해외 팬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8월 31일 밤 방영된 ‘프로듀스48’ 최종회에서 일본어 가사로 쓰인 경연곡 ‘반해버리잖아?’를 부른 참가자들. 사진 CJ ENM
8월 31일 밤 방영된 ‘프로듀스48’ 최종회에서 일본어 가사로 쓰인 경연곡 ‘반해버리잖아?’를 부른 참가자들. 사진 CJ ENM

프로듀스 시리즈가 한국 음악 방송 시장의 트렌드를 바꾼 게 있다면.
“예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이 있었다. 심사위원의 선택과 시청자, 즉 팬의 선택이 상충되는 부분이 재미 요소였다. 거기서 오는 긴장감이 있었다. 반면 프로듀스 시리즈가 기존 오디션 방송과 가장 다른 부분은 시청자, 즉 팬의 선택에 따라 100% 움직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민주적인 포맷이다. 시청자로 하여금 ‘나의 참여가 프로그램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슈퍼스타K’를 처음 할 때부터 지금 프로듀스48까지 지켜본 결과, 프로그램에는 사회상이 반영되는 것 같다. 프로그램은 시청자와 음악 팬이 원하는 것과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내년 중 보이그룹으로 시즌4를 시작할 계획이다. ”

시청자의 욕구를 미리 파악할 수 있나.
“우선 예전보다 더 많은 세대가 아이돌 음악에 관심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제는 어머니들도 아이돌 팬으로서 녹화장에 많이 찾아오신다. 그래서 팬의 참여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음악 시장이 솔로 가수보다 아이돌로 점점 쏠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프로듀서들, 아이돌 육성자들의 기술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의미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이 음악계의 1등 관심사이니, 우리도 아이돌을 소재로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다. 결국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최근 음악 소비자의 두 가지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한·일 합작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주의한 부분은.
“서로 간에 정치적 이슈가 될 만한 것은 어떤 것이든 조심하자고 했다. 양쪽 모두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서 이런 부분은 민감하다고 서로에게 알려줬다. 그런데도 프로그램 초반에 그런 이슈(AKB48의 우익 논란 등)가 불거지는 바람에 한국과 일본 모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순수 엔터테인먼트 회사끼리의 만남이니 오해가 될 만한 행동은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

AKS와의 협업으로 얻은 것은.
“일본의 특수성을 이해하게 됐다. 안준영 메인 PD도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고 했다. 일본은 꼼꼼하고 세심하다. 일본은 우리가 으레 ‘되겠지’ 하고 넘어가는 것도 전부 확인한다. 가령 우리가 촬영 당일 시간 장소를 알려주면, 일본에서는 ‘정확히 어디로 어떻게 와서 촬영장 어느 곳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등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다시 물었다. 반대로 업무의 속도감은 우리가 더 있었다. 일본도 그런 면은 인정했다.”

한국 기획사와 일했던 것과 아주 달랐나.
“그렇다. 일본은 하나를 의논하더라도 만나서 얘기한다.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듯했다. 일본 측은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았다. 엠넷도 두어 달에 한 번은 일본에 갔다. 서로 배울 게 많았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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