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일본학회 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전개와 과제’ ‘제3의 일본’ 저자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일본학회 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한국 국가안보전략의 전개와 과제’ ‘제3의 일본’ 저자

‘프로듀스48(포티에이트)’ 최종화(8월 31일 방영)에서 2위로 선발된 일본 ‘HKT48’의 미야와키 사쿠라(宮脇咲良)는 소감을 묻자 “채연! 꼭 같이 데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순위 발표식 막바지, 연예기획사 ‘WM’의 이채연 이름이 마지막 데뷔 가능 등수인 12위로 불렸다. 사쿠라는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것처럼 얼굴을 감싸고 울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이 장면을 두고 “역사·영토 문제에서 갈등 관계인 국가 간이라도 우정과 협력을 나눌 수 있는 분야가 분명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외교·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능한 영역을 찾을 수 있다”면서 “기성세대가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젊은이들에게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를 9월 9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왜 일본과 협력해야 하나.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발전한 나라의 사례를 연구해 우리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과거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발전해 있고 본받을 만한 분야가 적지 않다.”

현재 동북아 정세에서 프로듀스48가 줄 수 있는 영향은.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경쟁은 향후 10~20년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 안보와 외교에 구조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한·미·일 협력 체계의 강화가 중장기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이 필요하다. 프로듀스48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국민에게 한국이 개방적이고 유연하며, 매력적인 나라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문화 교류 사례와 프로듀스48를 비교해 보면.
“유럽 통합 이전 단계에 유럽 국가는 ‘유로 비전 송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유럽 각국 가수들이 매년 노래를 부르고, 문화를 공유해 왔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 합작으로 시작된 방송 채널 ‘아르테TV’를 운영해 범유럽권 채널로 확장했다. 이러한 문화적 장치가 유럽 통합을 뒷받침했다. 프로듀스48는 한국과 일본 두 국가 간 기획인데, 향후 한국이 중국, 북한 등도 포함해 동북아 국가 간 문화 교류를 주도하는 기획을 해 볼 만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과 프로듀스48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상호 갈등 관계를 갖고 있는 두 국가가 교류하며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북의 문화 교류는 아직 형식적이므로, 프로듀스48와 같은 문화 프로젝트가 남북관계에서 추진되면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지 않을까. 남북 간 문화나 스포츠 교류를 통해 북한 측의 도발 가능성을 ㅌ이고, 궁극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안보 정책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남북 간 문화·스포츠 교류가 추진될 때 북한의 공격성이 완화되는 징후는 여러 차례 있었다. 1991년 치바 탁구 세계선수권 대회(노태우 정부), 남북이 공동 입장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김대중 정부) 때 대북 정책이 잘 추진됐다.”


plus point

양국 대중문화 즐기는 한·일 젊은이들
日 젊은이 신한류에 홀딱…서울에선 일본 음식 인기

이진석 ‘오타쿠 진화론’ 저자, 이정은 인턴기자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의류 브랜드 콜미베이비(Kol me baby). 사진 콜미베이비 인스타그램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의류 브랜드 콜미베이비(Kol me baby). 사진 콜미베이비 인스타그램

한국과 일본의 냉랭한 정치 상황과 달리 양국 젊은이들은 서로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다. 최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 새로운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의 중·장년이 생각하는 한국과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느끼는 한국은 매우 다르다.

도쿄 시부야구 하라주쿠의 다케시타 상점가는 일본 중고생들에게 선망의 거리다. 최근의 다케시타 상점가는 얼핏 서울 홍대 앞을 떠올릴 만큼 한국 상품과 먹거리로 뒤덮였다. 전통적인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 비견될 정도다. 화장품 매장인 ‘스타일난다’ 하라주쿠점은 인스타그램 명소로 거듭났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매장은 휴일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길가에선 치즈 핫도그, 레인보우 치즈 샌드위치가 치즈 닭갈비의 인기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일본 10대에게 한글은 ‘오샤레(멋진)’한 느낌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라주쿠의 잡화점 ‘콜미베이비’, 지난 6월 문을 연 패션숍 ‘츄코라’는 한글로 인테리어를 꾸몄다. ‘안녕’ ‘겁나 예뻐’라는 문구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게 하라주쿠를 찾는 여고생의 필수 코스다. K팝, K뷰티에 이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즐기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10대의 SNS 사용 급증이다. 특히 인스타그램 유저 사이에서 한국식 패션이나 메이크업을 하고, 홍대 스타일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호응을 얻는다. 남녀 고교생 3인조 인기 유튜버 ‘PKA’, 고교생 모델 ‘네오’의 한국 여행 동영상이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일본 아이돌을 제치고 일본 청소년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이들의 춤을 따라 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거나, K팝 춤을 배우기 위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의 댄스학원에 등록하는 등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 TV에서는 연일 한국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닭갈비를 맛본 일본 연예인이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외치는 장면이 일본 전역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후 일본에 있는 닭갈비 가게는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있다.

과거의 한류팬들이 30~40대 이상의 여성이었다면, 새로운 한류팬은 양국 관계에 민감하지 않은 젊은층이 대부분이다. 일본에서 몇 십 년 전 한국의 이미지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기생 관광’처럼 부정적이었다. 일본보다 발전이 덜 된 나라라는 이미지도 강했다. 반면, 지금의 일본 젊은이는 ‘겨울연가’ ‘동방신기’ ‘삼성’ 등 발전된 한국 경제·문화를 보며 성장했고, 그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서울 강남·홍대 등에는 일본 음식점과 소품가게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20대도 다양한 일본 대중문화를 접한 탓에 일본에 호감을 느끼고 있다. 9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한·일축제한마당’에는 한·일 양국의 문화를 좋아하는 많은 젊은이가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 행사는 2005년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함께 이어 가요 우정을 미래로’를 테마로 한 이 행사에선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 체험, 애니메이션 캐릭터 옷을 따라 입는 ‘코스튬 플레이어’ 공연, 한국 국기원 태권도시범단 공연 등으로 행사장 분위기를 달궜다.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일본인 도요쿠라 시마씨는 “일본 청소년들은 한국 걸그룹뿐만 아니라 한복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